은마 재건축추진위 "너무 억울...주민의 생명,안전보장 요구가 지역이기주의로 호도돼"

"국토부-현대건설...'사유재산 침해' '전체주의 사고 주입' 경악"

"탄천 우회안, GS도 제시할 만큼 명분도 실효성도 충분해"

"주거 생존권 볼모로, 공익 기능 명분만 강요...끝까지 투쟁할 것"

인터뷰, 언론에 가려진 추진위 측 입장 "본질은 이렇다"

은마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과 공포'에 대해 당국자의 구체적 설명이 필요

GTX-C 노선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 측이 '노선 우회안'을 주장하며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GTX-C 노선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 측이 '노선 우회안'을 주장하며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엔지오프레스 = 황윤서 기자] 

노후 아파트인 탓에 안전상의 이유로<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C노선> 우회(탄천안)를 주장하며 한달 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입주자대표회의/재건축추진위원회)과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가 추진위와의 소통·교섭을 접고 불통행정을 택해 파열음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13일 경기 파주에서 한강터널 TBM 굴진 기념식을 열고 GTX-C 노선대로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기념식에는 원희룡 장관을 비롯해 박승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원장, 김일환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등이 참석했다. 앞서 원 장관은 GTX-C 노선을 반대하는 은마아파트 주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노선 문제를 논의하려 했다. 하지만 동대표를 비롯한 주민들은 이미 언론을 통해 노선 우회안에 부정적 인식을 굳힌 원 장관과의 만남을 보류했다.

은마아파트 다수 주민들로 구성된 추진위는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 측을 향해 우회안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현대건설은 추진위 측과 더는 협상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GTX-C 노선 추가 우회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면서 국토부 측에 힘을 실은 상태다.

재건축을 앞둔 은마아파트는 GTX-C 노선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GTX-C 노선은 수도권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단축하고 도심 집중화 문제를 해소하는 4조원대 국책사업으로 2028년 개통될 전망이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입주해 현재 28개동 4424가구로 구성되어 있다. 재건축을 통해 33개동 57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현재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은 204%다.

GTX-C 노선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 측이 '노선 우회안'을 주장하며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GTX-C 노선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 측이 '노선 우회안'을 주장하며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추진위  "국토부와 현대건설...'전체주의 사고'에 경악 "

추진위는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이 지난 2020년 은마아파트를 관통하는 GTX 노선 우회안 제출에 합의한다는 각서를 작성했고, 올해 8월 말 국토부에 우회안을 제출해 놓고선 이제 와 오리발을 내민다고 분개했다. 19년을 끌어온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지난 10월 19일 서울시 심의를 최종 통과하자 현대건설은 이내 우회안을 제출한 적 없다며 말을 바꿨다는 게 추진위 측 설명이다.

추진위는 상대적으로 안전이 보장된 우회안에 대해 현대건설이 이같이 말을 바꾼 것을 두고 국책사업인 GTX를 빌미로 시공권 다툼을 벌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추진위 한 관계자는 “GTX-C 사업비는 4조3천억원,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은 5조~6조로 추산된다”면서 “돈이 안 되는 (GTX) 협상 자리에 현대건설 주택부문 박 모 상무가 나온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대건설이 돈이 안 되는 GTX 사업을 빌미로 은마 재건축에 개입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리려 한다는 의혹의 시선이다.

현대건설과 국토부는 현재의 GTX-C 노선안대로 시공하더라도 신기술을 도입하면 문제가 없다고 추진위의 논리에 맞서고 있다. 주민들의 불안한 심정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많은 공사비가 투입됨에도 지하 60m 이상 대심도 터널로 시공하고, 재래식 발파공법이 아닌 무진동 무소음의 선진공법으로 시공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질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GTX-C 노선안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TBM 공법으로 계획돼 있다고 보도했다.

원 장관은 오는 16일까지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실태에 대한 합동 행정조사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추진위를 압박했다. 은마사태 갈등이 갈수록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본지는 14일 추진위 핵심 관계자를 만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추진위 측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GTX-C 노선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 측이 '노선 우회안'을  요구하며 차량시위를 하고 있다.
GTX-C 노선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 측이 '노선 우회안'을 요구하며 차량시위를 하고 있다.

 

◇이하 추진위와의 일문일답

-44년 만의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앞두고, 주민들이 대거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경기 양주와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를 약 50m 관통한다. 재건축을 앞둔 노후된 은마아파트 지하를 GTX가 통과할 경우 심각한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추진위는 지난달 12일부터 정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추진위 측과 입주민들은 지반 침하, 붕괴 등 안전성 위험을 문제 삼으며 단지 ‘노선 우회’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추진위가 주장하는 탄천 우회안, 앞서 시공사 선정 당시 ‘GS컨소시엄’이 제시한 양재천 우회안 둘 다 명분도 실효성도 충분하다."

-현대와 정부 측이 고집하는 'GTX-C 노선'을 거부하는 이유는

“은마아파트는 준공한 지 44년 된 아파트다. 현재 경비실이나 군데군데 아파트 단지를 보면 지반 침하가 돼서 (경비실의 경우) 이격으로 벽이 갈라져 있는 등 굉장히 노후된 상태다. 심지어 서울시와 강남구청에서 급파된 기술사들이 여기는 붕괴위험이 있고 지반 침하로 경비실이 기울었으니 조치하라는 공문까지 여러번 내린 바 있다(공문은 총 3번). 얼마 전 비가 많이 왔을 때는 헤엄쳐서 애들이 하교할 정도로 지반침하에 따른 지하수가 많이 올라오고, 정말 물길이란 걸 종잡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런 곳의 지반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겠나. 이 곳은 물을 막아서 만든 땅이다. 과거 매립지와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밑에 터널을 뚫기 위해서 아무리 조그마한 진동으로 시공한다더라도 이것(GTX)이 지나가면 안전이 보장되리라 누가 장담하겠나. 인간의 의식주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유지 욕구 아닌가. 낙숫물이 바위 뚫는다고 물리적 위협에 대한 주거 안전을 국가가 보장해 달라는 것, 또 안전한 우회안이 있으니 그걸로 채택해 달라는 것이다. 왜 우회안을 놔두고 굳이 44년 노후된 아파트의 지하를 곡선으로 뚫어 2만명의 주민 안전을 애써 위협하려 하는 것인가.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시공사 선정에서, 추진위 측과 배치되는 노선을 주장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는데

“2020년도 GTX 노선의 시공사 선정에 있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가 선택됐다. 따라서 현대건설은 지금 은마아파트 GTX C노선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다. 당시 현대 컨소시엄 외에 포스코 컨소시엄, GS컨소시엄이 있었다. 현대와 포스코는 현재 국토부가 얘기하고 있는 남부 순환로 안을 제출했고, GS는 주거지 저촉을 안 하고 돌아가는 하천 우회안을 넣었다. 즉 우리 추진위가 주장하고 있는 ‘하천 우회로’ 제안은 처음부터 (GS 측에서) 제안했을 정도로 명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하천 우회안을 빼고 노후된 주거지 밑으로 관통하는 GTX-C 노선안을 택해서 (선택지를) 못 바꾼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측과 국토부가 우회안 노선을 배제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탄천 우회는 큰 돈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단지 가운데를 TBM 복선 관통하는 것보다 공기도 짧고 적은 돈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재건축 시공권 개입을 위해 고의적으로 우회안을 거부하는 것이라 본다."

-현대건설 역시 당초엔 ‘하천 우회안’에 동의했다는데, 왜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인가?

"최근 10월 19일 은마아파트가 어렵게 서울시 심의를 최종 통과하여 재건축이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심의 통과 직후, 10월말부터이다.돈 안되는 국책사업을 빌미로 은마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강남구청과 서울시도 붕괴위험과 지반침하를 경고한 곳이 은마아파트이다. 계속되는 단지 내 외벽 낙하사고 등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단체보험을 들기도 까다롭다. 이토록 민감한 곳을 굳이 뚫고 (GTX가) 통과해야만 하는가.

앞서 국토부 안재혁 수도권광역급행철도과장과 현대건설 김 상무, 추진위 등 3자는 올해 하반기 총 2회에 걸친 3자 면담에서 지난 7월과 10월에 각각 매봉산 우회안과 탄천 우회안을 제출하는 데 합의했다. 현대건설은 이 자리에서 ‘하천 우회안에 협조한다’ 라고 적극적인 각서를 썼음에도 최근 자 중앙일보 측을 통해서는 입장을 바꿨다. 추진위는 각서 작성 여부를 비밀로 하고 현대건설 측에 ‘우회안을 제출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걸로 믿고 있겠다’고 말한 뒤 시위 현수막 철거에도 동의했었다. 현대건설의 도장까지 찍힌 서류를 보니 고맙다는 생각에 오히려 사측을 믿고 돕기까지 했던 것인데, 이후 현대건설은 추진위 반대편에 있는 은소협 측 소수의 목소리와 토목 공학이니 경제성이니 떼법 논리니 등을 근거로 우회안을 최종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현대가 GTX-C 노선도 괜찮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현대건설이 국토부처럼 GTX-C 노선도 괜찮다고 주장하는데 은마아파트의 현 상황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강남구청도 (은마아파트 지반) 매년 위험하니까 항상 조심하라고 얘기할 정도다. 단체보험을 가입하려 해도 보험회사가 은마아파트는 아예 들어주질 않는다. 워낙 붕괴나 지반 침하 문제가 심각해서다. 이렇게 단체보험 가입조차도 안 되는 곳, 안전대책에서 이토록 민감한 곳을 굳이 뚫고 (GTX가) 통과해야만 하는가. 실례로 다른 곳의 경우 GTX A노선, C노선이 지나가려던 경우가 있었는데 민원에 의해 우회안을 만들어 원만하게 노선이 수정이 됐다고 한다. 은마만 굳이 대안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강행하려는 거다. 형평에도 어긋나고 더는 납득할 이유도 없다.

거듭 밝히지만 국토부가 2020년 제안한 총 6개 용역보고안 중, 2번 안이 2022년 현재 가능해졌고 유효하기 때문에 그쪽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추진위인 은마 주민들은 GTX국책사업을 하지 말라고 떼법을 쓰는 게 아니다. 국책사업을 전적으로 찬성하고 동의하지만 주거지 밑으로 안 지나가는 대안 노선이 분명히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가능함에도 굳이 무리한 노선을 강행하겠다고 하는 것에 반발하는 것이다."

-우회안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데, 일부 ‘지역이기주의’라는 따가운 시선에 대해선

“전체 사업비가 4조다. 예산이 조 단위인 해당 사업에서 그 중 약 100억~200억 정도가 추가로 드는 것이다. 다른 여타의 이유보다 국가가 2만여 주민 안전을 보장해 주고 담보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우회한을 선택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지역이기주의는 여론몰이이자, 프레임 씌우기다. 큰 무리 없는 우회안을 통해 주민 거주 ‘안전’만 보장해달란 것이 어떻게 지역이기주의로 매도 돼야만 하는가. 개인의 재산권을 넘어 생명·안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해 줄 것인가에 대한 현대건설과 국토부 측 답이 여전히 부실한 것도 해명이 필요하다."

 

한편, 재건축추진위는 2021년 4월 16일 입주자대표회의 GTX 집회비용 처리건 투표(잡수익을 GTX 집회비용으로 사용하는 안건에 대하여 실거주 세입자, 소유자)에서 2518명 투표 2399명 찬성을 받은 바 있고, 지난 12월 6일 주민총회에서 GTX 집회비 예산안 95% 찬성 (시공사 삼성/GS의 자금차입금으로 GTX 집회비 사용하는 안건에 대하여 소유자 3,095표 중 / 총 2,926명 찬성)을 받았다. 아울러, 2022년 12월 대통령께 단지 내 GTX-C노선 관통반대를 청원하는 탄원서의 징구율은 97.2%에 달하고 있다. (실거주 세입자,소유자 4302장 제출 / 총4424세대)

은마아파트 사태의 본질은 정부측과 전문 건설인들이 최신공법, 대심도 터널 등을 주장하며 '안전하다'는 말만 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행정력을 강제하고 있음에 분노하여 한 겨울에 집회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은마 주민들은 책임있는 정부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건설 시공사가 아파트 단지 지하를 관통하여 GTX가 달린다는 사실에 대해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을 넘은 심리적 공포에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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