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성명]
대전MBC가 1월 31일 뉴스데스크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을 보도했다. 대전MBC가 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함께 따져봤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공약 완료율이 대전과 세종에서는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가장 높았고, 충남에서는 강훈식 민주당 의원과 김종민 전 민주당 의원이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MBC 본사에서는 언급도 안 한 매니페스토 자료를 대전MBC가 리포트까지 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래도 그 정도에서 멈췄으면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전MBC 김태욱 기자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공약 10건 중 끝낸 게 하나도 없고,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공약 30건 중 1건을 이행해 3%대의 저조한 완료율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장동혁 의원이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임기 1년 반을 갓 넘겼다는 사실은 기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 장 의원이 1년 반 만에 공약을 다 끝냈다면 공약을 너무 적게 했다고 비난했을 것이다.
성일종 의원에 대해서도 대전MBC는 다음날 이상한 단신 보도를 했다. “성 의원 측 관계자는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공약 10건 가운데 완료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사업들은 대부분 예산이 반영되고 행정적 절차를 거쳐 확정된 것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날엔 ‘대전MBC가 함께 따져봤다’고 하더니, 사실상의 반론 보도에는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했다’고 썼다. 인간성의 바닥을 보는 것 같다.
또 이렇게 보도했다. “예산이 반영된 사업은 완료 공약으로 볼 수 있다는 매니페스토 의견에 따라 발표 자료를 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기사에 주어가 없다. 발표 자료를 누가 정정할 계획이라는 말인가. 이래서야 보도 내용이 정정되고 명예가 회복되겠는가.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 조한기 예비후보가 ‘성 의원 공약이행률 0%’라는 카드뉴스를 만들어 돌린 것이다. 국민의힘 측은 조 예비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조 예비후보 선대위는 ‘국민의힘이 문제 제기를 할 곳은 대전MBC’라는 성명을 내며 반발했지만,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는 사실만으로 허위사실 유포의 면책이 될지 걱정스럽다.
이는 대전MBC도 마찬가지이다. 공약 완료율 자료를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만들었다 해도, 이에 대한 보도 책임은 언론사가 져야 한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정치기사 하나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민한 시기이다. 더구나 ‘공약 중 끝낸 게 하나도 없다’는 보도는 상대 당 후보를 찍으라는 선거운동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대전MBC 김태욱 기자와 최기웅 보도국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2024년 2월 4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