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성명]

MBC 뉴스데스크가 2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에 대해 톱부터 무려 리포트 5개를 동원해 보도했다. 보도의 양이 다른 지상파들의 거의 두 배였고, 내용 또한 정파적 악의에 살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1. 대통령이 아닌 MBC 기자들이 하고 싶은 말

MBC 성장경 앵커는 첫 앵커멘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SBS의 첫 앵커멘트는 달랐다. “이것은 정치공작이라며, 사람을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서 아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함정취재 사건과 관련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문제라면 문제고’였을까, ‘정치공작’이었을까. 기사 작성의 기본은 상대가 전하려는 의도의 핵심을 보도하는 것이다. 언론노조가 장악하기 전에는 MBC 기자들도 그렇게 배웠다. 

MBC 박윤수 기자가 리포트 중반에 ‘정치공작’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다음 발언을 골라 방송했다.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아까도 제가 말씀을 드렸지만 정치공작이다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대단히 악의적으로 보인다. ‘정치공작’에 대한 윤 대통령의 보다 명확한 발언이 있었다. SBS는 다음 발언을 방송했다. “시계에 이런 몰카까지 들고 와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야 이렇게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죠.” MBC가 윤 대통령의 의도를 왜곡하려는 게 아니었다면 왜 이 발언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MBC 박윤수 기자는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선정을 해와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보도했다. MBC만 본 시청자들은 윤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MBC가 말하지 않은 진실이 있다.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지만 그에 따른 북한인권재단은 민주당의 이사 추천 거부로 아직까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그것과 연계해 왔다. SBS 보도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동시 임명 조건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따라서 특별감찰관은 국회 합의가 미루어져 임명되지 않았다는 게 맞다.

 

2. 왜 이번에만 대통령 사과에 집착할까

박윤수 기자는 리포트 후반에 “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하는 사안이지만, 대통령은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손하늘 기자는 세 번째 리포트에서 정치권의 반응을 빌어 같은 내용을 사실상 반복했다. 

왜 그랬을까. MBC가 대통령 부인 관련 논란에 대통령의 사과가 그렇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과거 MBC의 보도 사례를 살펴보자.

2022년 3월, 김정숙 여사가 공개석상에서 입은 옷이 코트 24벌, 롱재킷 30벌, 원피스 34벌, 투피스 49벌, 바지슈트 27벌, 블라우스와 셔츠 14벌 등 총 178벌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상의 숫자도 문제지만 엄청난 구매비를 어떻게 충당했는지도 의혹이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에 대해 네 번 정도 보도했는데 대부분 민주당과 청와대의 해명 중심이었다. “"남의 눈의 티끌만 문제 삼아서는 결코 국정을 바르게 펼 수 없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논두렁 시계 같은 가짜뉴스라며 총공세를 이어갔다. (MBC 남효정 기자)”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한국은행 관봉권으로 지불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옷값을 특수활동비가 아닌 사비로 냈다는 청와대의 해명이 무색해진 것이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는 단 한 번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요구 보도도 없었다.

2018년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를 방문한 것은 지금까지도 국기문란이자 권력남용으로 비판받고 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대신 간 것”이라고 해명해 오히려 반발을 키웠다. 김의겸 대변인은 ‘대통령 전용기를 사용한 것은 안전 및 효율적 일정 수행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이해 못 할 주장도 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요구는커녕 관련 보도 한 번 하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가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을 언급한 것은 정권이 바뀐 뒤 2022년 10월에 한 번 있었다. 그나마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한 감사 요청으로 맞불을 놨다는 여야 정쟁의 형식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부인 문제와 관련한 공개 사과 요구를 반복해 언급할까. 그 이중적인 태도에, 함정취재의 불법성은 외면한 채 대통령의 공개 사과와 수사를 이끌어내 총선 소재로 삼으려는 야당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3. 비방과 시비 걸기에 가까운 기사들

김민찬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담에서 나온 그 밖의 사안들을 정리했다. 여기서도 곱게 끝나지 않았다. 김민찬 기자는 윤 대통령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정부가 올해 연구개발 예산을 작년보다 4조 6천억 원 삭감했다고 덧붙였다. 일종의 조롱이었다. 그러나 김민찬 기자는 과거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예산이 실용성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 수주용 연구에 낭비돼 국가 경쟁력을 해쳐왔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이용주 기자는 대담 진행자인 KBS 기자가 ‘김 여사가 가방을 왜 받았는지, 받은 뒤에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가방을 왜 받았는지는 서울의소리와 좌파 매체들이 수없이 반복한 2022년 9월 동영상에 잘 나와 있다. 그리고 같은 뉴스에서 박윤수 기자가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을 보도했다. 이용주 기자도 사전에 기사 내용을 조율했으니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 뒤 어떻게 했는지는, 최재영 목사가 공식석상에 가방을 들고 나오라고 계속 종용하다 실패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국고에 귀속시켰다고 발표했다. 시비 거는 게 아니라면 뭐가 더 궁금한지 모르겠다. 

(우측) 오정환 MBC 노조위원장
(우측) 오정환 MBC 노조위원장

 

2024년 2월 9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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