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오프레스)

[엔지오프레스 주필 = 서민 단국대 교수]

“고민정 최고위원도 지금 최고위원 사퇴한다고 하는데요?” 요즘 보수 지지자들의 상쾌한 아침을 담당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출근길 문답, 기자가 지금 벌어지는, 민주당 공천 파동에 대해 묻는다. ‘비명횡사’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이재명에게 어떤 식으로든 맞섰던 이들이 공천에서 우수수 탈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명에 ‘민주’란 말이 들어가고, 범죄자 잡아넣는 일조차 사법부의 방해로 못하고 있는 윤대통령을 연일 독재라고 몰아붙이는 정당에서 이런 북한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것도 기가 막힌데, 이 사태의 배후인 이재명 당대표는 ‘0점 맞은 분도 있다’면서 히죽히죽 웃는, 소시오패스 같은 면모를 보이기까지 했다! 민주당 의총에서 홍영표 의원이 “이재명 대표가 남의 가죽은 벗기고 자신의 것은 벗기지도 않는다. 피 칠갑된 손으로 웃으면서 ‘빵점’ 얘기를 했다.”는 폭탄발언을 한 것도 당연해 보인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고민정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티는 그리 안 났지만, 고민정은 문재인의 눈에 들어 청와대 대변인이 됐고, 또 국회의원까지 된 ‘친문’이잖은가. 거기에 자신을 ‘문재인의 숨결’이라고 극찬함으로써 국회워원 당선에 일조한 임종석이 공천에서 탈락하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더 이상 침묵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 생각한 듯하다. 결국 그녀는 최고위원 사퇴라는 강수를 쓴다.

이렇게 묻는 이가 있을 것 같다. 아니, 고민정이 민주당 최고위원이라고?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그녀는 서영교, 장경태, 정청래, 박찬대 등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재명의 호위무사들이 포진한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이었다. 친명도 아닌 그가 최고위원이 된 것은 지금도 미스테리인데, 추측건대 최고위원이 죄다 친명이면 너무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으니, 비명 중 가장 위협이 되지 않는 이를 뽑아준 게 아닌가 싶다. 당원 투표로 뽑혔는데 이런 전략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하겠지만, 당시 개딸 사이트에선 ‘어떻게 투표하라’는 지령이 돌았으니, 이 말이 아주 터무니없는 추측은 아닐 것이다. 그 기대대로 고민정은 이재명의 일방독주로 당이 망가진 지난 1년 반 동안, 이렇다 할 반발을 한 적이 없다. 이번 공천에서 가장 큰 배점을 차지했을 작년 가을의 체포동의안 투표 당시를 보자. 비명계 대부분이 가결표를 던짐으로써 이재명이 구속될 뻔했던 그때, 고민정은 비밀투표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저는 부결에 투표했거든요!’라고 항변했었다. 이뿐이 아니다. 헌정사상 가장 명분 없는 단식으로 꼽히는 이재명의 단식쇼 때 고민정은 현장을 찾았다. 당시 기사를 옮겨온다. [이 대표 왼편에 앉은 고민정 최고위원은 면담 내내 이 대표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모습이었다. 그는 “너무 기운이 없어 보이셔서 걱정”이라며 “일은 이제 각 상임위나 최고위원들이 하고 있으니까 건강을 먼저 챙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직 똘똘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 정도 노력했다면 친문이 아닌, 친문호소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한 덕분에 고민정은 광진을에 단수공천될 수 있었다.

황당한 일은 그때부터였다. 숱한 비명횡사가 벌어질 때도 남의 일 보듯 했던 고민정이 갑자기 친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월 26일 그녀가 라디오에 나가 한 말을 보자. “지금 상황으로서는 (임종석을) 공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 “(탈당한) 이수진 의원, 김영주 의원도 왜 하위 20%를 받았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납득이 저조차도 안 된다. 하위 20%에 대해선 본인에게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급기야 국회의원 당선에 이어 자신이 이룬 두 번째로 큰 성과인 최고위원마저 사퇴했다. 처음에는 당무를 거부하겠다고 하더니, 정성호 의원이 “최고위원이 당무를 거부하려면 그전에 본인이 최고위원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게 차라리 낫다”라고 하자 그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다! 여기에 관해 한동훈 위원장은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다시 출근길 문답으로 가보자.

「 기자: 고민정 최고위원도 지금 최고위원 사퇴한다고 하는데요?

 한동훈: 후보 사퇴요?

아마도 한동훈은 최고위원 사퇴란 첫 번째 질문을 제대로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후보 사퇴냐고 되물은 것은, 다음에 할 말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였으리라.

 기자: 최고위원 사퇴요...

 한동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

그렇다. 최고위원이란 자리는 고민정에겐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정상적인 사람에겐 아무런 중요성도 없는 자리다. 그녀가 최고위원 회의 때 자기 목소리를 낸 적도 없거니와, 지금은 선거를 40여 일 앞둔 시점, 공천을 반납하는 정도면 그 진정성을 인정해 주겠지만, 그깟 최고위원을 내던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데도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최고위원 사퇴를 말하는 고민정, 그녀의 꼼수에 넘어갈 이가 얼마나 될까.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공감순으로 소개한다.

그녀가 한 말 중에 유일하게 동의하는 대목이 있다. “저 하나 없다고 민주당이 무너지지 않는다.” 여기에 한 마디 더 덧붙여 준다. 민주당의 몰락에는 고민정 너의 지분도 있다고. 네가 의탈당이라도 했다면, 민주당이 정신을 차릴 확률이 0.1% 정도는 올라갔을 거라고. 하지만 고민정은 그렇게 하는 대신, 안전한 뭍에 올라가 발장구를 치며 ‘물에 빠진 비명들 오똑케’만 외치고 있는 중이다. 민정씨, 계속 그렇게 하세요. 그래야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대로 된 심판을 받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