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오프레스 주필 = 서민 단국대 교수]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난 5일 충북 청주 청원구의 한 카페에서 ‘육아맘’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자리에서 한 아기에게 안경을 빼앗기자 보인 반응이 화제다. 국민의힘tv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난 5일 충북 청주 청원구의 한 카페에서 ‘육아맘’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자리에서 한 아기에게 안경을 빼앗기자 보인 반응이 화제다. 국민의힘tv

지난 5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청주를 방문해 육아맘들을 만났다. 품에 안은 아기가 안경을 벗기는 바람에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맨얼굴이 공개되는 일도 있었는데, 수행원이 안경을 다시 빼앗으려 하자 한동훈은 “괜찮다”라며 아기의 등을 토닥이며 간담회를 이어갔다. 이재명한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자신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던 개를 양복이 더러워질까 봐 밀쳐낸 데서 보듯, 잠깐이라도 불쾌한 표정을 내비치지 않았을까? 그런데 내가 한동훈에게 감탄한 점은 그다음 장면이었다. 초등학생 남자애가 한동훈에게 편지를 건넸다. 쑥스러웠는지 바로 들어가려는 아이를 다시 부른 한동훈은 아이의 꿈이 대통령이라는 말을 듣고 “난 대통령이 꿈이 아니니까, 네가 해라”고 한 뒤 잘 읽겠다며 편지를, 눈으로만 읽는다. 그러고는 말한다. “읽어도 되겠는데?” 무슨 말일까. 한동훈은, 그 편지에 민감한 내용, 예를 들어 ‘이재명 꼭 때려잡아 주세요’ 같은 말이 있는지 스캔 한 것이다. 그런 내용에 ‘훌륭한 아이다’라고 칭찬하는 이도 있겠지만, 반대진영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낄 터, 그로 인해 그 아이가 욕을 먹을 수도 있잖은가. 실제로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한동훈과 사진을 찍으며 미리 준비한 푯말을 들어 보인 적이 있었다. 푯말에는 ‘한동훈 위원장님처럼 되고 싶다, 이재명처럼 되고 싶진 않다’라는 말이 있었다. 한동훈은, 아이의 등 뒤로 손을 뻗어 그 푯말을 치운 뒤 사진을 찍고, 그 이후 푯말을 돌려줬다. 그 푯말로 인해 아이가 고초를 겪을 걸 염려한 것도 평가받을 만하지만, 그 푯말을 순식간에 치워버린 순발력은 감탄이 나올 일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미친 판단력’이라는 찬사가 나온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다시 그 아이의 편지로 돌아가자. 한동훈은 ‘읽어도 될 내용’이라 판단했다. 그럼, 읽으면 된다. 그런데 한동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읽어봐도 되겠니?’ 편지는 원래 사적인 것, 공개적인 장소에서 전달했다 해도 그걸 읽음으로써 다른 이들까지 내용을 알게 되는 건 당사자에게 결례일 수 있다. 그게 초등학생일지라도. 그래서 한동훈은 그 학생에게 허락을 구했고,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편지를 읽었다. “엄마가 일을 조금만 하고 저를 빨리 데리러 오면 좋겠어요. 돈이 없어도 제가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싶어요.” 편지를 읽고 난 뒤 한동훈은 아이에게 감사를 표한다. “저희가 오늘 하려던 말을 김XX 학생께서 해주신 것 같습니다...잘 실천하겠습니다.” 한동훈은 다시금 아이를 불렀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악수를 청한다. 악수하는 동안 특유의 폴더인사를 한 것은 물론이다. 이것이 한동훈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다. 아이라고 해서 얕잡아보기보단, 자신과 동등한, 아니 자신이 모셔야 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 이게 한동훈이다.

    

자, 이제 좌파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을 얘기해 볼 차례다. 2023년 8월, 민주당은 국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간담회를 열면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초대했다. 모두 발언을 한 초등학교 2학년 김XX 어린이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아이가 무얼 아냐고 하지 마세요. 저는 활동가이고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양은 이런 말을 했다. “지난주에 교회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파도를 탔습니다.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때 저는 후쿠시마 바다를 생각했습니다. 그곳도 안전하고 행복한 바다일까? 저는 영상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봤다. 너무 위험해서 사람이 들어가지 못했고 로봇이 촬영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나온 위험한 물을 바다에 버린다고요? 저는 무지 놀랐습니다. 제가 제일 싫은 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찬성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저나 제 친구 누군가 대통령이라면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절대로 막았을 거예요. 우리처럼 오염수를 버리는 걸 반대하는 국민도 많습니다.” 그녀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재명은, 그리고 다른 당직자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 아이를 바라봤다. “우리나라도 위험한 핵 발전을 당장 멈추자”는 말과 함께 김양이 말을 마쳤을 때, 이재명과 그 당직자들은 박수를 쳤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여덟 살이라 해도 오염수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다고, 민주당이 그 아이들을 한 인격체로서 대우한 거라고. 그렇지 않다. 자기들끼리 얘기를 주고받는 게 아닌, 공개된 장소에서 저런 얘기를 할 거라면, 최소한 후쿠시마 방류와 관련해 어떤 논쟁이 있는지 정도는 섭렵한 뒤여야 한다. 원자력을 없애자고 할 거라면, 자신이 전기를 마음껏 쓰지 못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저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저 말을 한 것일까. 누군가가 주입한 얘기를 자기 의견처럼 한 것 아닐까. 설령 그게 저 아이의 의견일지라도, 어른들은 그 아이가 민주당 간담회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못하게 말려야 한다. 저 발언 뒤 그녀가 겪을지도 모르는 험한 일들을 막아주는 게 어른들이 할 일이니까. 그 아이들이 후쿠시마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한 뒤, 오염된 의견이 아닌,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아이에 대한 예의니까. 하지만 이재명은, 그리고 민주당은, 그렇게 하는 대신 자신들의 선동에 아이들을 이용했다.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그런 건 인간이 해선 안 될 일이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그 시끄럽던 후쿠시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얼마 전 방어를 먹으러 갔던 마포 농수산물시장은 회를 즐기는 인파로 미어터졌고, 그중 누구도 회를 먹으면서 오염수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건 민주당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이 4차 방류를 시작한 지난 2월 말에도 형식적인 규탄만 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그 행사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이렇게 했으니 오늘은 횟집이 조용할 거 같네요. 회나 먹으러 가죠.’

 

광우병 때도 그랬다. 한XX라는 중학생이 단상에 올라 ‘저 아직 열다섯인데 죽기 싫어요’란 편지를 읽었다. 미국소를 수입하면 절대 안 된다는 얘기, 아마도 그녀는 광우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저 말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광우병에 정형과 비정형 (atypical)이 있다는 것도, 광우병이 종간 장벽을 넘기 힘들어 감염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도 그녀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가 읽은 편지는 자신이 작성한 게 아니라, 시민단체가 대신 써준 것이었다. 광우병 선동으로 정부를 전복하려는 좌파들이 여중생을 이용해 자기주장을 편 것, 하지만 조선일보 취재로 이 사실이 밝혀지자 그녀는 오히려 화를 냈다. ‘시민단체 사람에게 편지를 내 생각과 똑같아서 읽은 건데 왜 꼭두각시 취급하냐?’ 광우병 얘기가 이슈가 될 때마다 난 그녀를 생각한다. 16년이 지난, 그래서 서른 한 살이 된 그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전히 그녀는 미국소를 먹지 않을까? 사진과 더불어 이름까지 다 공개된 터라, 그 사태가 없었다면 겪지 않아을 고초를 당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할까, 아니면 후회하고 있을까 등등.

 

자칭 활동가들이 이재명 앞에서 퍼포먼스를 한 다음날, 좌파언론인 미디어오늘은 ‘아이들을 선동에 이용했다’는 비판에 대해 당사자들이 낸 반박문을 실었다.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거다. 난 이 문제에 관심이 있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반대하기 때문에 간 거다. 국민의힘과 그 기자 누구냐?" (백XX 활동가, 초5)

 

"어린이를 모욕하지 마세요. 어린이를 얕보지 마세요. 어린이도 모르는 건 있지만 아는 것도 많아요. 어린이들도 후쿠시마 오염수 버리는 걸 막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기 부모가 활동가라서 자기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라고. 그치만 그건 오해예요. 저희 어린이들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막고 싶어요. 저희 어린이들도 다 생각이 있고, 모르는 면도 많아요. 그래서 저희들은 배워가면서 이 지구를 지켜 갈 것입니다. 저희도 이 지구를 사랑해요. 지구를 잃고 싶지 않아요."(정XX 활동가, 초2)

 

"아니오. 함부로 판단하지 마세요. 제가 나오고 싶어서 나온 거예요. 왜냐하면 후쿠시마 오염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고 싶고, 어린이 의견을 전달하려고요." (이XX 활동가, 초4)

 

기가 막혔다. 아무리 같은 편이라도 비판할 건 비판해야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려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공지가 보인다. ‘미디어오늘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서민 엔지오프레스 주필. 서울대학교 의학 학·석사/서울대학교 대학원 기생충학 박사/현,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서민 교수는 수많은 각종 인기 방송 패널로 출연해 인지도와 열혈 팬덤을 확보, tv조선 뉴스트라다무스 등 다수의 정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있는 인기 유튜버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서민의 고전을 읽어드립니다' '기생충 열전'등이 있다.
서민 엔지오프레스 주필. 서울대학교 의학 학·석사/서울대학교 대학원 기생충학 박사/현,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서민 교수는 수많은 각종 인기 방송 패널로 출연해 인지도와 열혈 팬덤을 확보, tv조선 뉴스트라다무스 등 다수의 정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있는 인기 유튜버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서민의 고전을 읽어드립니다' '기생충 열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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